krsg_diary

수요예술무대

遊食 2002. 10. 23. 10:20
어제 이 10주년 기념 공연을 아주 우연히 보고 오게되었슴다.
아아아. 그 감동이란.

김광민씨의 피아노연주를 시작으로 7시 반쯤 녹화가 시작되었어요. 멋진 피아노 연주가 끝나니 김윤아씨가 나오더군요. 어설프게 몇마디 한 다음 김광민band와 노래 한곡. 역시 김윤아는 '마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슴다. 멋져요 김윤아씨! =ㅁ=. 오늘 낮에 비행기타고 왔다는 이현우씨가 나와서 또 몇마디 한 다음에 노래 한곡. 노래 잘하던데요.

이젠 Kenny G아저씨가 나올 차례. 저 스탠드 뒷편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오며 멋들어지게 색소폰을 불어제끼더군요. 아아아. 정말 멋졌슴다. (이화여대 대운동장에서 공연이 있었슴다. 운동장 스탠드에서 색소폰을 불며 걸어나오는 Kenny G라.) 이현우씨와 김광민씨는 자기들이 Kenny G랑 family같은 사이들이라며 어찌나 자랑들을 하던지. ㅎㅎㅎ.

아. 그리고. 그렇게 무례한 통역들은 처음 봤습니다. 세상에. 원래 수요예술무대가 그렇긴 하지만. 통역의 목적은 자기들 말을 Kenny G한테 영어로 말해주는게 전부.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영어대화는 아무도 통역을 안해주더군요. 쩝. 근데 더욱 놀라운건 거기 모인 사람 거의 다 그 말들을 알아들었다는겁니다. 하하. 좋은 세상이죠.

Kenny G아저씨 인터뷰 내내 전기 히터에 색소폰을 데우더군요. 정말 추운 날씨였습니다. 집에 와서 그때 기온을 알아보니. 4℃였대요. 추웠죠? 두 곡을 더 연주하고 이현우씨와 What a wonderful world를 같이 연주하고는 퇴장. 이번 앨범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충천하게 하는 연주였어요.

이번엔 violinist 김지현씨가 나와서 시네마천국, 사랑의 은하수(???-.- love galaxy?)라는 곡을 김광민씨랑 연주하고 퇴장.

부산스레 무대 setting을 바꾸고. 이젠 한국가수들이 나온다며 추워서 집에 가는 사람들을 붙잡는 staff. 박효신, 박정현,  체리필터, 크라잉넛, 레이지본, 주석, 자우림밴드가 나온다는 얘기에 박효신만 보고 집에 가려던 발걸음이 stop. =ㅁ=

박효신과 박정현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 이 두 사람이 이 노래 부르는 걸 꼭 듣고 싶었어요. ㅠ.ㅠ  이어지는 박효신군의 바보, 좋은 사람 메들리. 박정현양의 또 어떤 노래들 두곡 메들리. (두 곡 다 들어본 노래고 마지막 노래는 이번 앨범 노래였는데. 곡이 기억이 안나요.. ㅡ.ㅡ) 이 사람들 정말 노래 잘하던데요. 괜히 가수가 아니더군요.

시간이 좀 지나고. 김광민씨랑 이현우씨, 김윤아씨가 나와서 마지막 멘트까지 가짜로 녹화하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크라잉넛의 무대를 열광적이었다 말하며 '하나도 안춥죠?!'라고 말하는. ㅎㅎ)

이제부터 standing!

체리필터가 나와서 I love rock'n roll, 낭만고양이를 불러제끼는것에 피가 끓고. (체리필터 노래부르던 vocal. 학교선생님이었다고요. 오오. 1집은 선생님하면서 만들었다던데요. =ㅁ=)

크라잉넛이랑 레이지본이랑 주석이 한꺼번에 나와서 GO WEST(붉은 악마 응원곡이었어요. 오오오. 옛날 village people의 명곡 remake)랑 무한대라는 곡, 말달리자 세곡 연달아 연주했죠. 오래간만에 '대~한민국'을 외치는 기쁨도.

마지막으로 자우림 밴드가 나와서 또 몇곡 부르고 끝났어요. 우림밴드 기타치시는 분. 정말 잘치던데요. 오오.

사람들이 돈 들여가며 live보러 다니는 이유를 절감한 어제 공연이었어용.

멋졌다!

-------------------------------------------------------

[인터뷰] MBC "수요예술무대" 10돌기념 방송 한봉근 PD  

시청률에 울고 웃는 방송가에서 MBC ‘수요예술무대’(밤 12시30분)는 이색 공간이다.

  
클래식·재즈·가요가 어우러진 이곳은 ‘라이브’의 궁전이다.
믹싱이니 립싱크니 하는 단어는 발 붙일 곳이 없다.
실력을 검증받지 않고서는, 대중 스타라는 꼬리표만으로는 무임승차가 불가능하다.
시청률 2∼3%대라는 저조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이 원칙이 지켜져 왔다.
‘수요예술무대’가 매니아층의 갈채를 받으며, 음악 프로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건 이런 쇠심줄 고집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23일 탄생 10주년 기념 방송을 내 보낸다.
우리 방송 현실에서 보기 드문 거보(巨步)다.
"저라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10대 가수를 출연시키고 싶은 욕심이 왜 없었겠습니까? 시청률에 당장 영향을 주는데요.
하지만 실력 있는 뮤지션과 가수들의 살아 있는 음악을 소개하겠다는 초심(初心)을 버릴 수 없었어요.
방송사측에 읍소도 하고 항의도 하면서 숱한 폐지 위기를 넘겨 왔어요." 한봉근(44)PD.

그를 떼어놓고서 수요예술무대를 말하기는 어렵다.
1992년 11월8일 첫 방송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조타수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MBC에서 만난 그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수는 노래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한국에선 만들어진 가수들이 활개치고 있어요.
가요 시장은 점점 더 왜곡돼 가고 있고요.
저희 프로가 개혁의 작은 단초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PD는 한국의 대중음악 수준이 크게 발전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국 유명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들어 보면 우리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 했다.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대중성.상업성을 초월해 좋은 음악을 소개하는 무대가 많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통해 우수한 국내 뮤지션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믿음은 역사가 깊다고 할 수 있다.

한양대 작곡과에 다니던 시절 그와 가장 절친했던 동료가 가수 고(故)유재하다.
그는 4년 후배인 유재하와 늘 붙어 다니며 음악과 인생을 논했다고 한다.
유재하의 데뷔 음반도 함께 만들었다.
둘은 틈만 나면 이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 生음악.최고의 음향 철칙

"형, 우리 클래식.재즈.팝 가리지 말고 좋은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 주자.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재하야, 나중에 모든 음악가.가수들이 나오길 원하는 환상의 무대를 만들어 보자."
87년 유재하가 요절한 뒤 젊은 시절의 약속을 지킬 책임은 고스란히 한PD에게 돌아 왔다.
그는 음악 PD의 길을 택했고, 이수만의 팝스 투 나잇주부가요열창 등을 거쳐 자신에게 온 수요예술무대(당시 명칭은 일요예술무대)를 꿈의 실현장으로 삼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방송 초기엔 섭외 때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특히 외국의 유명 연주가들을 생소한 무대에 끌어 들이는 일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내한한 뮤지션들이 머무는 숙소를 어슬렁거리는 게 당시 그의 일과였다.
92~93년 내한한 칙코리아의 경우 손이 닳도록 빌어 공연 요청을 받아 냈다.
한PD의 열정에 감복한 것이다.
칙코리아는 저녁 공연 직전의 두세시간을 빼 예정에 없던 공연을 했다.

이런 가운데 그는 프로그램에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집어 넣었다.
우선 1백% 라이브 원칙.
댄스 가수 H.O.T도 5년 전 생음악으로 노래를 불러야 했고, god도 마찬가지였다.
또 최고의 사운드를 추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기타 선율 한 마디, 드럼 한 박자까지 섬세하게 신경썼다.
"한 외국 연주가가 어떤 국내 공연에서 악기의 질을 문제 삼았더니 기획사측이 괜찮은데 대충 하라고 그랬답니다.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는 그 연주자를 보고 저도 얼굴을 들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 무대는 최고의 음악가를 최고의 시설로 모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재즈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광민씨를 스카웃해 10년째 진행을 맡기고 있고, 음향 전문가인 이훈석씨를 섭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완벽한 콘서트 분위기를 내기 위해 1천5백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무대만 택한다.
악기는 가급적 최고급으로 고르고, 완벽한 반주를 위해 녹화 하루 전부터 초강도 연습에 들어 간다.
"이렇게 밀어 붙이다 보니 언제부턴가 실력 있는 음악가와 가수들이 출연을 원하더군요.
대중성을 쫓으면 팬들이 분노를 터뜨리는 기현상도 생겼고요."

** 해외스타도 "출연 하고파"

봄여름가을겨울.박효신.이은미.김현철.김조한 등이 수시로 열창의 무대를 꾸몄고, 임재범은 "나는 앞으로 이 프로에만 출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무대를 통해 처음 얼굴을 비친 박정현.크라잉 넛 등은 실력을 인정받아 스타덤에 올랐다.
또 소프라노 조수미와 신영옥은 난생 처음 핸드 마이크를 들고 재즈를 불렀다.
그런 사이 외국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웬즈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라 브라이트먼, 윈턴 마살리스, 팻 매서니, 허비 행콕, 캐니 G,척 맨지오니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이 프로에 출연했다.
색스폰의 마술사 케니G는 처음 이 프로를 우습게 보고 왔다가 "원더풀"을 연호하며 돌아갔다.
그는 23일 10주년 기념 무대에 다시 출연한다.

그 사이 고정 팬들도 점점 늘어 났다.
시청률 3%라도, 이 프로가 방송되지 않으면 난리 나는 골수팬들이다.
"시청률은 낮지만 이들이 저희 프로그램의 힘입니다.
수요예술무대는 저와 진행자,그리고 시청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10년,20년이고 이 무대에 남고 싶습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