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sg_diary

a.i. 이산가족.

遊食 2002. 8. 21. 16:17
A.I.를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건 주인공 꼬마의 염원이 너무 절실했다는 것이었다. 난 그만 그 생각에 휘리릭 동화가 되어버려서, 몇천년동안 얼음밑에서 소원을 빌었다는 얘기와 마지막 꿈을 꾸고자 잠을 청하는 모습들. 그 부분들에서 정말이지 환장하는줄 알았다.

어제였나, tv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봤다. 별로 특별한 프로그램은 아니었고, 신기한 얘기들 몰아서 해주는 저녁7시의 전형적인 쇼프로였는데. 그 중 한 꼭지가 이 문제들을 또 떠올리게 해서 또 마음이 아팠다. 히요.

아들이 6.25때 인민군으로 가버린 후 생사도 확실하지 않아 매일같이 걱정하던 시절. 동네 탁발승한테 어떤 떡을 받았는데, 아들얘기를 하니 그 탁발승이 '이 떡은 아들이 무사한 동안에는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정말 그 떡이 50년동안 상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지난번 이산가족상봉때 그 아들이 우리나라에 왔었단다. 필름을 보여주더군. 어머니는 옛날옛날에 돌아가시고 남은 형제들이 호호백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서 만나고 있었다. 헤어질 무렵, 15살때의 사진을 가지고 50년을 기다리니 65살.

50년이라. 짐작도 안간다. 뭐 떡이 상하고 안 상하고가 문제가 아니다. 내참.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비극이 어디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