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sg_diary

용산의 수호신.

遊食 2002. 4. 10. 00:43






용산 마스코트 ‘땡비’ 아시나요








‘용산개를 아시나요?’



컴퓨터 부품 또는 전자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이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용산의 명물이 하나 있다.일부 얌체상인을 일컫는 용팔이도 아니고 진득하니 일하는 아줌마,아저씨도 아니다.바로 ‘용산개’다.



신용산역에서 용산 전자상가 방향으로 빠져나와 굴다리 앞에 이르면 용산개를 거의 매일 만날 수 있다.좁은 골목에 차와 오토바이가 휙휙 지나가는데도 ‘방금 뭐 지나갔냐’는 듯 특유의 실눈을 떠가며 유유자적한 표정이다.연륜에서 나오는 풍모와 거만함,세상사 모든 일에 신경쓰지 않는 도인(?)의 모습을 하고 느긋하게 낮잠을 자기 일쑤다.바삐 지나가던 사람이더라도 이런 용산개를 보면 시골의 한적한 풍경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마련.



몇몇 사람들은 “용산개에 강한 카리스마가 있다”면서 ‘용산의 수호신’ ‘지옥견 켈베로스의 환생’ 등 치켜세우기에 바쁘다.자주 용산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는 용산개에 대한 ‘미신’까지 생겼다.당일 용산개를 보면 용팔이들에게 바가지를 쓰지 않고 싼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횡재수가 있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살이 쪄 몸이 거대한 탓에 ‘너구리’로 불리기도 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용산개를 놀리면서 부르는 별칭은 ‘곰’이다.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도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있었는데 이 개가 아직도 있네”라며 신기해 한다.용산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은 “나보다 더 용산 고참”이라며 개를 쓰다듬는다.



이 개의 본명은 ‘땡비’(14).진돗개와 일본 아키타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견’이다.개가 용산에 출근한 지는 12년째로 아침이면 커피와 우유로 식사를 한다.사람 손을 많이 타서 정말 얌전하다.용산에서는 아무 집에나 들어가도 땡비를 내쫓지 않는다.쥐를 잘 잡아 오히려 반가워한다.



땡비가 호프집 앞에 어기적거리며 나타나자 개주인인 호프집 아주머니는 “개가 아니라 양아치야!밥 뺏어 먹고 다니구”라며 구박했다.땡비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은 두 가지.잠을 자는 것과 먹는 것이다.잠을 자지 않을 때는 PC가게,도깨비마트,고추집,땅콩집,분식집,CD판매점,파라솔집,충무김밥,슈퍼,닭집 등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고기와 우유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땡비가 잘 따른다는 닭집 총각이 땡비 자랑을 늘어놓았다.그는 “십여년이나 용산에 있었던 만큼 명물이 됐다”며 “한때 장난으로 개가 낮잠 잘 동안 구걸 동냥그릇을 앞에 놔뒀는데 1,000원권 지폐랑 동전이 수북히 쌓여 닭집 그만두고 개 동냥이나 시킬까 했다”며 웃었다.



워낙 늙었다보니 죽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죽긴 왜 죽어 아직도 팔팔한데.더 살거야”라며 사람들이 버럭 화를 냈다.옆에 있던 과일가게 아줌마는 “이젠 새끼를 못 낳을 뿐 건강하다”며 손사래를 쳤다.CD판매점 아줌마도 “조금 지저분하지만 씻겨 놓으면 정말 예쁘다”며 땡비 자랑에 합류했다.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봤던 녀석. 쩝. '용산의 수호신'이라고 불렀었어요. 세상에 개도 오래살고 볼일이야. 신문에 다 나는군.